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이란전쟁-에너지 시장 뒤흔드는 러시아, 유럽 가스 끊겠다?

by sunday_morning 2026. 3. 9.
반응형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불길이 잦아들지 않는 한,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세계 에너지 시장이 '공급자 시장'으로 바뀐 셈인데, 여기서 러시아의 존재감을 빼놓을 수 없다. 우크라 전쟁을 계기로 유럽의 탈(脫)러시아 에너지 정책이 가속화하면서 '공급자의 주도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러시아. 단숨에 판세가 뒤집힌 모양새다. 러-유럽간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 싸움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짚어본다.

https://vo.la/HYk07cp

반응형

러시아의 가스관/사진출처:이즈베스티야 OK 계정

#1

인도에 대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허용하고, 추가적으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6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2

유럽을 수출하던 액화천연가스(LNG)를 모스크바에 우호적인 중국 인도 태국 등으로 돌릴 계획이다(6일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은 수요자 시장일까? 공급자 시장일까? 미국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놓고 훈수(?)를 두는 건 수요자 시장이라는 뜻인데, 러시아가 천연가스의 유럽 수출 물량을 우호적인 국가로 돌리겠다는 것은 공급자 시장으로 들린다.

국제 유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지난 6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12.21% 상승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90.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는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의 5월 인도분 선물 종가가 배럴당 8.52% 오른 92.69달러에 마감하며 2022년 3월 이후 일일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미국 월가의 주요 은행과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가 임박했다고 전망했는데, 9일 아침(한국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107.54 달러 기록).

브렌트유의 가격 변화 그래프/사진출처:인베스팅닷컴

 

분명한 것은,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이 전쟁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요인에 의한 레버리지 효과로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를 오간다는 사실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전만 해도 러시아는 송유관과 가스관을 통해 유럽에 값싼 에너지를 공급해왔다. 추운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가 가스 밸브를 잠근다고 협박하면 유럽의 일부 지역은 강추위가 오기도 전에 벌벌 떨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022년 1월 구소련권의 몰도바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협박에 60일간 비상 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몰도바가 러시아에 가스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서 초래된 사건이었지만, 전형적인 공급자 시장의 행태를 보여줬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유럽연합(EU)은 에너지에 대한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바다 건너 미국으로부터 LNG 가스및 원유 수입을 늘리는 등 수입처 다각화를 통해 공급자 시장의 무력화를 추진했다. 지난해(2025년) 10월에는 러시아에 대한 제 19차 제재 조치를 통해 2026넌 말까지 러시아산 LNG가스(액화천연가스)의 수입을 단계적으로 완전히 중단하기로 했다. 1년 이내 러시아산 LNG 단기 계약은 6개월 내 모두 종료하고, 장기 계약은 2026년 12월 31일까지 파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2027년 1월부로 러시아산 LNG는 EU 역내에서 완전히 퇴출당할 판이다.

당초 EU는 2028년 1월부터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책 로드맵을 마련했으나, LNG의 경우 중단 시기를 1년 앞당겼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파이프라인(가스관)이 막히면서 주로 LNG 형태로 유럽에 수입되는 러시아산은 EU 전체 가스 수입량의 13%, 150억 유로(약 25조원)에 달해 러시아 에너지 산업에도 어느 정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러시아 석유 대기업 로스트네프와 가즈프롬네프트의 EU 내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도 제 19차 제재안에 포함됐다.

EU의 제재안이 확정된 뒤 푸틴 대통령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멈추고 새 시장에 진출해 자리잡는 게 유리할 지도 모른다"고 수출처 다변화 가능성을 알렸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전 세계 산유량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전년보다 약 1% 적은 5억1천만 톤(t)의 원유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석유 시장의 안정을 위한 OPEC+(OPEC 플러스)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도 했다. 주요 에너지 공급자로서 '갑'의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EU는 올해 들어 러시아에 대한 제 20차 제재 조치를 통해 기존의 유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러시아산 원유의 해상 서비스(해상 운송, LNG 운반선과 쇄빙선의 유지 보수 및 기타 서비스 제공)를 전면 금지하며, 러시아 지역 은행 20곳과 주요 암호화폐(가상화폐) 기업, 러시아 '그림자 선단' 소속 유조선 43척(제재 대상은 총 640척이 된다/편집자)에 대한 제재 부과 등을 추진 중이다. 이 제재 조치가 확정, 발효되면 러시아라는 '공급자'는 에너지 시장에서 급속하게 힘이 빠질 게 분명하다.

여기에 커다란 변수가 생겼다. 아흐레째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을 휩쓸고 있는 두터운 포연(砲煙)이다. EU의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조치는 지난달(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이란 전쟁)에 나서면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카타르 등 걸프 지역(중동) 주요 산유및 가스 생산국들의 생산 시설이 이란의 공습을 받으면서 에너지 가격은 치솟기 시작했고, 각국은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란 전쟁이 에너지 시장 주도권의 레버리지(지렛대)로 작동하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3월 1일부터 제기됐다/사진출처:도이치벨레 3월 1일자 웹페이지 캡처

가장 많이 주목을 받은 곳은 역시 러시아다.

유럽의 최대 원유및 가스 생산국인 노르웨이의 테르예 오슬란드 에너지 장관이 EU가 러시아산 가스의 수입 재개를 논의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운을 떼자, 푸틴 대통령은 4일 유럽에 대한 가스(주로 LNG, 파이프라인 가스·PNG가스는 투르키예·터키를 통하는 가스관만 운영되는 중이다/편집자) 공급을 중단하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전날(3일) 이란 전쟁과 서방의 대러 에너지 제재 등이 국제 유가의 상승을 부추긴다며 "이제 다른 시장(공급자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행동으로 보여줄 참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매장량을 갖고 있으며, 세계 2위의 석유 수출국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에너지 경제 및 금융 분석 연구소(Institute of Energy Economics and Financial Analysis)는 러시아는 2024년 상반기에 유럽 LNG 시장의 21%를 점했다고 밝혔다. 1위는 미국(수입량의 46%)이고, 3위는 카타르(11%)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시작된 유럽과 러시아 간의 에너지 힘겨루기는 러시아 우위에서 유럽 우위로, 다시 러시아 우위로 변할 조짐인데, 그 결과는 순전히 이란 전쟁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달렸다.

이란 전쟁은 8일로 아흐레(9일)째에 접어들었다.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에는 그동안 전쟁 특유의 프로파간다전(선전전)이 치열해 현재 전황은 물론, 미래의 흐름를 예측하기가 진짜 힘들다. 전쟁이 적어도 3~4주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그럴 경우,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 겨울철(동절기) 대비 가스 비축량이 바닥나기 시작할 것이다. 러-EU 간 힘겨루기의 결과는 보나마나 뻔하다.

미국과의 접촉 창구를 맡고 있는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대통령 특사는 5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집행위원) 등을 지목하며 "우르줄라, 카야 등 반러시아주의자들의 어리석은 결정으로 인해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EU는 러시아 에너지를 거부함으로써 스스로 발등을 너무 찍어서 발이 남아나지 않을 지경"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 파이프라인(가스관) 지도. 위로부터 러-독 해저 가스관인 노드 스트림, 벨라스루스와 폴란드를 경유하는 야말 가스관, 우크라이나 통과 드루즈바 가스관과 소유즈 가스관, 튀르키예 스트림. 붉은 색 가스관은 2025년 말 현재 운영 중단, 푸른 색은 가동 중. 드루즈바 가스관은 2026년 1월 이후 가동 중단/사진출처:rbc

러시아산 가스의 수입을 중단한 EU의 결단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한 보복 조치로 지난해(2025년) 1월 1일부터 자국을 경유하는 가스관의 운영을 차단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넉달 뒤(5월)에 '러시아 화석연료(석유와 가스, 석탄)의 퇴출'이란 로드맵을 발표했다. 당시 설명에 나선 단 요르겐슨 EU 에너지·주택 담당 집행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최근까지 우리(EU)가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매하는 데 쓴 돈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보다 많았다"며 "새 전투기 2천400대와 맞먹는 금액으로,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EU가 전쟁 발발 이후 3년여간 러시아산 화석 연료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추진해온 소위 '리파워EU' 프로젝트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리파워EU' 프로젝트의 추진 결과, 2021년 기준 EU 전체 수입량의 45%에 달했던 러시아산 가스는 2024년 19%로 줄었지만 여전히 비중이 작지는 않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가 '드루즈바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하고, LNG 물량도 소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에 이어 유럽에 2번째로 큰(3위는 미국) 가스 공급 국가로 남았다. 다만, 원유 수입량은 27%에서 3%로 급감했고, 러시아산 석탄의 수입량은 제로(0)다.

요르겐슨 집행위원은 러시아산 에너지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자칫 미국 등에 또다시 의존하게 되고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전 세계 LNG 생산량 증가와 EU의 가스 소비량 감축 등을 감안하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로시스카야 가제타(RGRU)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5년 5월 기준, LNG를 포함해 EU에 대한 가스 공급은 2021년(1,550억㎥)에서 3배 가까이 줄어든 550~560억㎥에 그쳤다. 4년간 이만큼 줄였으니, EU에서는 '에너지 독립의 달성'이라고 축하할 만하다.

하지만 러시아 전문가들은 "유럽에서는 앞으로 누구에게 에너지를 의존해야 할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적어도 러시아는 에너지로 유럽을 괴롭힌 적이 없고, 저렴한 가스는 유럽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2025년 5월 기준, EU는 과거에 러시아산 가스의 1,000㎥당 250달러를 '엄청나게 높은 가격'이라고 불평했지만, 지금은 400달러가 낮은 가격으로 간주된다고도 했다.

 

러시아 에너지 공기업 가스프롬의 가스관/사진출처:가스프롬 홈피

주목할 것은 우크라이나가 연 7억~8억 달러(우크라 나프토카스 보고서는 10억 달러로 추정/편집자)에 달하는 운송비 수입을 포기하면서까지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 가스관을 2025년 1월 1일부로 차단한 이유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말 전쟁 발발 뒤에도 러시아와 가스관 운송 계약을 유지하면서 연간 약 150억㎥의 러시아산 가스를 유럽으로 보냈다. 전쟁 전인 2020년년에는 약 650억㎥ 에 달했다. 가스관 차단으로 우크라이나는 연간 약 8억 달러(약 1조1천774억원)의 운송료 손실을, 러시아의 에너지 대기업 가스프롬은 가스 판매 감소로 약 50억 달러(약 7조3천59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러시아는 LNG 가스 공급을 늘리고 일부를 튀르키예(터키) 통과하는 '터키 스트림'으로 돌려 부분적으로 보완이 가능하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따르면 2024년 1~9월 러시아 가스의 대(對) 유럽 공급량의 약 3분의 1이 우크라이나를 통과했다. 또 3분의 1이 터키 스트림을 거쳐 유럽 남부로 가고, 나머지 3분의 1은 LNG 형태로 주로 스페인과 프랑스 항구로 수송된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은 우크라이나가 2025년 1월 차단한 핵심 노선 외에도 발트해 해저를 통해 독일로 이어지는 ‘노드 스트림’,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치는 ‘야말-유럽’(통칭, 야말 가스관), 흑해를 북동-남서로 가로지른 후 튀르키예(터키)를 거쳐 불가리아로 가는 ‘터키 스트림’ 등 크게 보면 3개가 더 있다. 이중 노드 스트림과 야말 가스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에 차단됐다. 지선 격인 드루즈바 가스관도 지난 1월 말 운송이 중단되면서 유일하게 남은 곳은 2020년 공식 개통된 터키 스트림 뿐이다.

우크라 전쟁 후 우크라 정보기관에 의해 폭파된 것으로 추정되는 노드스트림 해저가스관/사진출처:inbusiness.kz

미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가스관 차단에 따른 러시아의 경제적 손실은 국내총생산(GDP)의 0.2%로, 우크라이나는 GDP의 0.5%로 추산됐다. 우크라이나는 운송비의 몇 배나 되는 러시아의 가스 판매 수익을 차단하기 위해, 하지만 경제적 손실은 더 큰 '자폭'을 한 셈이다. 러시아 매체 브즈글랴드에 따르면 싱크탱크 브뤼겔(Bruegel)은 운송이 중단된 가스량은 유럽으로 수입되는 가스의 약 5%라고 추정했다.

우크라이나가 가스관 차단으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은 또 있다.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가스관은 3만8,600㎞에 이르는 세계 최장 가스관의 하나인데, 우크라이나내 가스 저장 시설 및 에너지 기반 시설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미사일·드론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찌감치(2024년 12월 29일) 미 블룸버그 통신에서 나왔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지난 1월 말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로 가스를 공급하는) 드루즈바 가스관이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손상됐다"며 가스관 운영을 차단하는 바람에 이웃국가인 헝가리와 '에너지 외교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가스관의 밸브를 잠그면서 유럽의 가스 시장은 공급자 우위에서 수요자 우위로 넘어가는 계기를 마련한 게 분명하다. 다만, 값싼 러시아산 에너지의 수입 금지는 독일 등 유럽 강대국들의 경쟁력에 큰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시작된 것이기는 하지만, 유럽 최대 제조업 강국인 독일의 경제는 에너지 가격의 상승이 상품 가격으로 전이되면서 물가 상승과 제품 경쟁력 상실을 초래해 경기 침체에 빠져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2025년) 1월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 경제포럼)에서 "러시아로부터의 가스 수입이 약 75% 감소했고, 석유는 3%만 수입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러시아 에너지 자원으로부터의 자유는 EU에 큰 비용 지출을 초래했고, 또 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러시아 매체 브즈글랴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가스관 차단으로 유럽에는 약 1,000억 유로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그리스 메틀렌 에너지 앤 메탈즈(Metlen Energy & Metals)의 에반겔로스 무틸레네오스 전무가 계산했다. 그는 "가스관 차단으로 가스 전체 수입량의 5%가 줄어들면서 네덜란드 가스 허브인 TTF(Title Transfer Facility)의 가격이 MWh(메가와트시)당 30유로에서 50유로로 인상됐다"며 "이는 1,000억 유로의 손실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rbc 등 러시아 매체가 분석한 우크라이나의 가스 공급 차단 한달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2025년 2월 현재 유럽의 가스 가격은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2월 6일 기준 네덜란드 TTF 허브의 3월인도분 가스 선물 가격은 3.5% 올라 MWh당 55.31 유로(1,000㎥로 환산하면 601.5달러)에 달했다. 2023년 10월 한때 57유로를 웃돈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높다. 2024년 2월에는 28유로까지 떨어졌는데, 우크라이나의 가스관 차단을 앞둔 2024년 12월부터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대신, 미국산 LNG의 유럽 판매는 가파르게 늘어났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2025년 1월 미국에서 판매된 LNG 846만 톤(t) 중 725만 톤(86%)이 유럽으로 건너갔다. 전월(2024년 12월, 584만 톤, 69%) 대비 260만 톤 이상이 증가했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가스관 차단 당시, 국내 수요를 자체 생산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한 달도 채 되기도 전인 2025년 1월 29일 우크라 에너지 기업 '우크르트랜스가스'는 1억㎥의 가스를 해외에서 들여와야 했다. 또 다른 에너지 기업 DTEK도 비슷한 양을 수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트라나.ua는 그해 2월 3일 전문가들을 인용, 가스 부족으로 난방 시스템이 중단될 위험이 커졌다고 짚었다.

LNG 운반선/텔레그램 캡처

EU의 대러 제재 조치로 2025년 10월 현재,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출물량의 약 80%를 사들이고 있다. 중국은 해상과 육상 파이프라인(송유관)을 통해 하루에 200만 배럴, 인도는 150만 배럴을 수입하고 있다. 석유와 가스의 수출은 러시아 예산의 약 4분의 1가량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2025년 10월 러시아에 대한 제재 대상으로 루코일과 로스네프트 등 대형 석유기업을 택한 이유다.

하지만 러시아의 대응도 만만찮다. 그림자 함대를 동원해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고, 이란 전쟁을 계기로 아시아로 눈을 돌려 유럽에서 에너지 주도권을 되찾으려고 한다.

미 뉴욕 타임스(NYT)는 2025년 9월 "러시아 석유를 운송하는 섀도우(그림자) 함대 소속 선박들은 서방의 제재를 받으면 다른 국가의 소속으로 등록하고(국기를 달고), 선박 명을 바꾸고 석유 탑재 장소를 숨기는 방식으로 제재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또 "빠르게 성장한 그림자 함대는 현재 940척 정도로, 전체 해상 유조선의 17%를 차지하며, 전년(2024년) 대비 4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란 전쟁의 와중에 EU가 무리하게 제 20차 대러 제재안을 확정하더라도, 러시아가 감수해야 할 손실이 당초 예상보다는 적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다툼은 이란 전쟁으로 세계 곳곳에서 더욱 거세질 게 분명하다.

반응형